Afternoon tea
해리에그시. 해리가 신부님인 au예민한 소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. 그건 첫 키스였다. *** 하느님의 어린양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, 자비를 베푸소서. *** 해리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. 물론 이것은 그가 사제관 건물 3층 왼편 복도 끝 방에서 기도를 하고 있을 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. 두툼한 빗방울은 심장소리처럼 두근거리며 창문과 수도관을 때렸고 그는 지나가는 먹구름을 바라보며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. 은은한 베르가모트 향은 코끝을 딱 만족스러울 정도로만 달구어 놓았고 오후 4시 반은 여전히 지루한 시간이었다. 평소 같았으면 공을 갖고 노는 학생들이라도 있을 법 했지만 지금과 같은 비는 몇 없는 아이들의 신발을 망쳐 놓기에 충분했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창밖을 내다보았다. 물을 먹어..
해리에그시. 시카고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도착한 건 밤 11시 45분이 다 되어서였다.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출발이 약 40여 분간 지연된 탓이었다. 공항 밖은 힘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고 검정색 택시는 가로등 밑에서 홀로 그 비를 맞고 있었다. 해리는 절대 화분 속이나 러그 밑에 열쇠를 두지 않았다. 전자식 도어락도 마찬가지였다. 살면서 세운 여러 원칙 중 하나였다. 살다 보면 베란다를 타고 기어 올라가며 과거의 자신을 탓하게 될 날이 올 지도 모른다.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그 날이 아니었다. 해리는 코트 주머니에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집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. 하지만 미처 열쇠를 돌리기도 전 문이 열렸다. “늦었어요.” 검정색 문이 천천히 안으로 열렸다. 늦가을 풀처럼 잠에 취해있던 올리브색 눈..
라이터를 들고 있는 장면인데 해리가 에그시한테 결혼반지 건넨걸로 잘못봤음. 해리에그시.짧음. 청혼을 받았다. 에그시는 손 안의 상자와 눈앞의 해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. 매끈한 감색 벨벳 상자, 5온스 남짓한 무게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. 반지는 해리와 마찬가지로 꽤 고전적이었다. 58면의 라운드 브릴리언트, 단정한 솔리테어 형식의 반지는 상자 안에서 비현실적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. 이게 내 거라고? 에그시는 눈을 느리게 몇 번 깜박였다. 하지만 해리는 전혀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. “프로포즈가 3번방이라 미안하군.” 3번방인 것은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. 프로포즈를 한 게 진짜 문제라는 걸 해리는 모르는 것 같았다.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덤덤한 얼굴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..